시추 성공률 20% : 5번 탐사 시추할 때 성공확률 100% 아니라고!

시추 성공률 20%의 동해 석유시추를 5회 시도하면 100% 성공?

최근 불거졌던 동해 영일만 석유시추 해프닝을 기억하시죠? 정부에서는 한 개 시추할 때마다 20%의 성공확률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총 5번의 시추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려 분위기입니다. 정말로 5번만 시추하면 100% 혹은 거의 100% 성공할 수 있을까요? 이번에 확실히 알고 가시죠!

지난 2024년 6월 3일,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동해 포항 앞바다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있는 것 같다며, ‘대왕고래프로젝트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.

덕분에 며칠 동안 석유화학과 관련된, 혹은 아무 관련없는 회사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. 오래간 만에 광란의 주식시장 상황을 목격하였네요.

어쨌든, 대통령의 발표 이후에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 중 한 사람은 시추공 한 개당 석유를 발견할 확률이 20%이며, ‘5번 시추하면 한 번은 나온다는 뜻’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. 물리탐사 결과를 분석했다는 엑트지오의 아브레우 박사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모양입니다.

‘시추 성공률 20%를 언급한 정부가 영일만시추 다섯 번 안에 석유 발견에 성공할 것이라 말했다’고 JTBC에서 보도한 뉴스영상도 있네요.

이 영상에서 언급한 정부 인사의 인터뷰는 분명히 국민들에게 사실과 다른 왜곡된 정보를 인식시킬 위험이 큰 것 같습니다.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용 상 그렇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.

바다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있음

시추를 한 번 할 때마다 석유를 발견할 확률이 20%이면, 5번을 시도했을 때, 100%의 확률로 석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? 이 계산 방식이 맞을까요?

포항시추 성공률 : 20% × 5번 = 100% ?

만약 이 계산법이 맞다면, 10번을 시추하면 20% × 10번 = 200%의 확률로 석유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. 기적의 계산법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.

정확한 계산 방법을 모르더라도 석유 시추와 같은 연속적인 독립시행 사건의 확률을 ‘퍼센트 × 횟수’로 계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직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. 😁

잘못한 사람을 혼내고 있음

자, 그럼 이제 궁금해 집니다. 그럼 어떻게 계산해야 되는 건데!?

아주 쉽게 계산하는 방법과 아주 힘들게 계산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.

1. 시추 성공률 계산법-1 : 쉬운 방법

연속으로 다섯 번 시추하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할 확률을 구하는 과정입니다.

② 성공할 확률은 20% 즉, 0.2이며, 반대로 실패할 확률은 80% 즉, 0.8입니다.

③ 따라서 전체 확률 1에서 5번 모두 실패할 확률을 빼면 한 번 이상 성공할 확률입니다.

④ 다섯 번 모두 실패할 확률은 0.8 × 0.8 × 0.8 × 0.8 × 0.8 = 0.328

⑤ 따라서 최종 계산식과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.

1 – (0.8)5 = 0.672

석유시추 성공률을 확률로 계산하는 과정

성공확률이 20%인 사건을 5번 연속 시행하였을 때, 5번을 시행하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위에서 계산한 바와 같이 67.2% 입니다. 100%에 정말 한 참 모자라는 수치입니다.

2. 시추 성공률 계산법-2 : 힘든 방법

① 다섯 번 탐사시추를 하는 동안, 한 번 이상 탐사시추에 성공하는 모든 경우를 나열하고 각각의 확률을 구해서 모두 더해야 합니다.

② 예를 들어 5회의 시추 과정 중에 세 번째 시추에서만 성공할 확률을 계산해 보겠습니다. 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할 때 ‘실패-실패-성공-실패-실패’입니다. 이 확률은 0.8 × 0.8 × 0.2 × 0.8 × 0.8 = (0.8)4 × 0.2 = 0.082. 즉, 8.2% 입니다. 아래 표에서 28번의 경우에 해당됩니다.

③ 위와 같은 식으로 5번 모두 실패하는 1가지 경우를 제외한 모든 사건의 경우를 나열합니다. 총 31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. 그리고 각 경우의 확률을 모두 합하면 됩니다. 역시 아래에서 보듯이 석유매장 탐사시추가 성공할 확률은 67.2% 입니다.

전체 경우의 수 : 25 = 32

5번 시추할 때 1번이라도 성공하는 경우의 수

3. 그럼, 몇 번 시추해야 100% 성공할 수 있나?

이것도 아주 쉽습니다. 아래의 방정식만 풀 수 있으면 됩니다. 그런데 말입니다,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x의 값은 무한대입니다.

1 – (0.8)x = 1

따라서 y 값을 1이 아닌 0.99(99%)로 대입해 보겠습니다. 그렇게 하면 x의 값은 21이 나옵니다.

🖐️잠깐만요!

혹시 y=1-(0.8)x의 그래프를 확인하고 싶으신가요? 그러면 아래 빨간색 수식을 복사한 후 버튼을 눌러 이동하신 다음 빈칸에 복사한 식을 붙여넣어 보세요. x값이 아무리 증가해도 y값이 1에 닿지 않는 무한의 그래프가 그려집니다.

y=1-(0.8)^x ← 복사하세요

즉, 한 번 뚫을 때 석유를 발견할 확률이 정확히 20%라고 가정한다면 21번은 뚫어야 99%의 확률로 석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.

확률을 99.9%로 높이면 31번을 뚫어야 하고요. 그렇다면 5번의 시추를 계획하고 있는 정부의 말만 듣고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일 수밖에 없겠네요.

4. 결론

주사위를 던저서 6이 나올 확률은 1/6 입니다. ‘(각 사건의 확률) × (횟수)’의 단순한 계산식에 대입한다면 6번 던지면 그 중 한 번은 6이 나와야 합니다.

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대로 계산한다면 주사위를 6번 던졌을 때 6이 나올 확률은 1-(5/6)6 = 0.665 = 66.5% 입니다.

우리는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, 성공할 확률이 10%인 어떤 일에 대해 ‘대충 10번 하면 1번은 성공하겠네’라고 말하곤 합니다. 하지만 그럴 확률을 계산해 보면 대략 65.1%에 지나지 않습니다.

일상생활에서 그런 거 따지면서 말 할 필요는 없지만, ‘(각 사건의 확률) × (횟수)’의 확률 계산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인식하고 있는 것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.

정부가 내놓은 동해 포항 영일만 석유 탐사 시추 계획이 이러한 단순한 계산법을 이용해 아무렇게나 발표한 것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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